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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세미나에서 조차도 취준생은 언제나 을의 위치인걸까

취업세미나에서 조차도 취준생은 언제나 을의 위치인걸까

Dec 10, 2024

취업세미나에서 조차도 취준생은 언제나 을의 위치인걸까

지난 4년간, 홍대 미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며 쌓아 온 크고 작은 작업물들은 내게 삶의 일부이자 자부심 그 자체였다. 매일같이 강의실에 남아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새벽까지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며 아이디어를 구상하던 순간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래서 취업세미나에서 15분간의 면담 기회를 얻었을 때, 나는 그간의 노력과 결과물을 자신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맥북과 아이패드를 동시에 꺼내 간단한 시연도 준비해두고,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드디어 내 가치를 제대로 알아봐 줄 사람이 나타나는구나’ 하고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내 앞을 지나가던 회사 관계자의 한마디가 심장을 파고들었다. “방판(방문판매원)이 온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방판이라면... 방을 빌려서 공부한 적은 있는데?”라고 대답하며 의아해했더니, “아니요, 그게 아니라 방문판매원이요”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순간 주변의 피식거림과 함께 분위기가 묘하게 가라앉았다.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고, 그분들이 나를 직접적으로 깎아내리려 한 의도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농담이라도, 나와 마찬가지로 4년간 포트폴리오를 갈고닦아온 친구들이라면 충분히 상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때 문득, 마음 한구석에 있는 작은 불안이 고개를 들었다. ‘이 사람들이 정말 내 작업을 진지하게 봐줄까? 혹은 이미 이런 식으로 우리 포트폴리오를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긴장한 탓에 내가 과민반응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식적인 학교 행사에서, 취업을 위해 진지하게 준비한 프로젝트와 작품들을 낱낱이 살펴보려는 태도 대신, 단지 “이건 우리 회사에서 안 쓸 것 같아요” “뭐가 특별한 건지 모르겠네요” 같은 식의 반응으로 일축해버린다면, 그것만큼 실망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 순간, 머릿속에서 강하게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웹사이트 형태의 포트폴리오가 있었다면, 굳이 여러 기기를 동시에 꺼내지 않아도, 훨씬 더 깔끔하고 일관성 있게 내 작품 세계를 전할 수 있었을 텐데….’ 실제로 4년간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아카이빙한 웹사이트가 있었다면, 회사 측에서도 브라우저 하나만 열면 손쉽게 내 작업 스타일과 가치를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더불어, 누구나 편한 시간에 접근해볼 수 있어 면담 시간의 제약도 훨씬 덜할 것이다. 그날의 작은 비아냥거림이 오히려 나에게는 ‘프로다운 태도’를 갖추기 위한 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웹사이트든, 다른 누가 보아도 한눈에 정돈된 자료이든, 우리 작품과 노력을 제대로 전달할 만한 ‘나만의 무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한 계기였으니까.

이 에피소드는 지금도 내게 남아 있다. 이것을 씁쓸함으로 남겨둘지 말지는 나에게 달렸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그저 해프닝처럼 보일 수도 있을거다. 그러나 치열하게 작업해온 결과물을 들고 면접장에 가서, 예상 못 한 방식으로 폄하나 농담을 겪는 순간의 그 당혹스러움은 생각보다 크게 와닿는다.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작품과 노력이 제대로 빛을 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믿는다. 웹사이트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이든, 단 한 번의 면담 시간 안에 내 강점을 명확히 드러낼 방안을 찾는 것이든 말이다.

오늘에서야 나는 웹사이트 제작의 큰 뼈대를 파악했다. 가벼운 웹사이트도 제작해내었다. 쉬웠다.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한 11시간정도. 이정도면 세미나로도 압축해서 알려줄 수 있을것 같은데, 어쩔까? 결심했다. 웹사이트 하나 준비 못해서 면접장에서 제 실력을 다 못보여주고 나온다면 이것보다 아쉬운 일이 없을 것이다. 나 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한 모든 취준생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 웹사이트 만들기 웨비나를 기획해보자. 어떻게보면 그 작은 농담 하나 덕분에 결심한 프로젝트이지만 이걸로 적어도 내 주위에 있는 동기들에게 보탬이 된다면 난 그걸로 만족할 것이다.

*본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으나 각색된 요소가 있습니다.

취업세미나에서 조차도 취준생은 언제나 을의 위치인걸까

지난 4년간, 홍대 미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며 쌓아 온 크고 작은 작업물들은 내게 삶의 일부이자 자부심 그 자체였다. 매일같이 강의실에 남아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새벽까지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며 아이디어를 구상하던 순간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래서 취업세미나에서 15분간의 면담 기회를 얻었을 때, 나는 그간의 노력과 결과물을 자신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맥북과 아이패드를 동시에 꺼내 간단한 시연도 준비해두고,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드디어 내 가치를 제대로 알아봐 줄 사람이 나타나는구나’ 하고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내 앞을 지나가던 회사 관계자의 한마디가 심장을 파고들었다. “방판(방문판매원)이 온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방판이라면... 방을 빌려서 공부한 적은 있는데?”라고 대답하며 의아해했더니, “아니요, 그게 아니라 방문판매원이요”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순간 주변의 피식거림과 함께 분위기가 묘하게 가라앉았다. 우스갯소리일 수도 있고, 그분들이 나를 직접적으로 깎아내리려 한 의도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농담이라도, 나와 마찬가지로 4년간 포트폴리오를 갈고닦아온 친구들이라면 충분히 상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때 문득, 마음 한구석에 있는 작은 불안이 고개를 들었다. ‘이 사람들이 정말 내 작업을 진지하게 봐줄까? 혹은 이미 이런 식으로 우리 포트폴리오를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물론 긴장한 탓에 내가 과민반응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식적인 학교 행사에서, 취업을 위해 진지하게 준비한 프로젝트와 작품들을 낱낱이 살펴보려는 태도 대신, 단지 “이건 우리 회사에서 안 쓸 것 같아요” “뭐가 특별한 건지 모르겠네요” 같은 식의 반응으로 일축해버린다면, 그것만큼 실망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 순간, 머릿속에서 강하게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웹사이트 형태의 포트폴리오가 있었다면, 굳이 여러 기기를 동시에 꺼내지 않아도, 훨씬 더 깔끔하고 일관성 있게 내 작품 세계를 전할 수 있었을 텐데….’ 실제로 4년간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아카이빙한 웹사이트가 있었다면, 회사 측에서도 브라우저 하나만 열면 손쉽게 내 작업 스타일과 가치를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더불어, 누구나 편한 시간에 접근해볼 수 있어 면담 시간의 제약도 훨씬 덜할 것이다. 그날의 작은 비아냥거림이 오히려 나에게는 ‘프로다운 태도’를 갖추기 위한 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웹사이트든, 다른 누가 보아도 한눈에 정돈된 자료이든, 우리 작품과 노력을 제대로 전달할 만한 ‘나만의 무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한 계기였으니까.

이 에피소드는 지금도 내게 남아 있다. 이것을 씁쓸함으로 남겨둘지 말지는 나에게 달렸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그저 해프닝처럼 보일 수도 있을거다. 그러나 치열하게 작업해온 결과물을 들고 면접장에 가서, 예상 못 한 방식으로 폄하나 농담을 겪는 순간의 그 당혹스러움은 생각보다 크게 와닿는다.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작품과 노력이 제대로 빛을 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믿는다. 웹사이트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이든, 단 한 번의 면담 시간 안에 내 강점을 명확히 드러낼 방안을 찾는 것이든 말이다.

오늘에서야 나는 웹사이트 제작의 큰 뼈대를 파악했다. 가벼운 웹사이트도 제작해내었다. 쉬웠다.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한 11시간정도. 이정도면 세미나로도 압축해서 알려줄 수 있을것 같은데, 어쩔까? 결심했다. 웹사이트 하나 준비 못해서 면접장에서 제 실력을 다 못보여주고 나온다면 이것보다 아쉬운 일이 없을 것이다. 나 뿐만 아니라, 나를 포함한 모든 취준생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 웹사이트 만들기 웨비나를 기획해보자. 어떻게보면 그 작은 농담 하나 덕분에 결심한 프로젝트이지만 이걸로 적어도 내 주위에 있는 동기들에게 보탬이 된다면 난 그걸로 만족할 것이다.

*본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으나 각색된 요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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